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등장하는 애순의 시는 그녀의 감정과 삶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1화 호로록 봄과 8화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에서 등장한 애순의 시와 그 의미를 해석해 보겠습니다.
1화. 호로록 봄 中
개점복 (어린 애순)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
꼬루룩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
점복 못봐 안 나오나,
숨이 딸려 못 나오나,
똘내미 속 다 타두룩
내 어망 속 태우는
고 놈의 개점복.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허리 아픈 울어망,
콜록 대는 울어망
백환에 하루씩만
어망 쉬게 하고 싶네.
문학적 해석
제주에서 ‘점복’은 전복을 의미하며, 이는 제주 해녀들이 채취하는 주요 해산물 중 하나입니다. 전복은 제주 경제와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해녀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어린 애순의 시 개점복은 해녀들의 삶을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담아낸 작품으로, 문학적으로도 의미가 깊습니다.
반복법을 통한 강조
‘허구헌날 점복 점복. 태풍와도 점복 점복 딸보다도 점복 점복.’에서 ‘점복’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해녀들의 노동이 얼마나 끊임없이 지속되는지를 강조합니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한 생동감
‘꼬루룩 들어가면 빨리나 나오지. 어째 까무룩 소식이 없소.’에서 ‘꼬루룩’과 ‘까무룩’ 같은 표현을 사용해 해녀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똘내미 속 다 타두룩’은 기다림 속에서 애타는 감정을 강조합니다.
어린 화자의 감정 변화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에서 ‘어망’은 제주 방언으로 ‘엄마’를 뜻하며, 어린 화자는 어머니를 쉬게 해주고 싶다는 순수한 소망을 드러냅니다. 이는 경제적 가치가 아닌,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애틋한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대비를 통한 감정의 심화
초반에는 노동의 반복성이 강조되지만, 후반부에서는 ‘허리 아픈 울어망, 콜록 대는 울어망’과 같은 표현으로 어머니의 신체적 고통이 강조됩니다. ‘고 놈의 개점복’이라는 표현은 어린 화자가 전복에 대한 원망과 애정을 동시에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나타냅니다.
이처럼 개점복은 반복법, 의성어·의태어, 어린 화자의 감정 변화, 그리고 대비를 활용하여 해녀들의 삶과 가족의 감정을 문학적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8화.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 中
추풍 (엄마 애순)
춘풍에 울던 바람
여적 소리내 우는 걸,
가만히 가심 눌러
점잖아라 달래봐도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
문학적 해석
대비를 통한 감정 표현
‘춘풍(春風, 봄바람)’과 ‘추풍(秋風, 가을바람)’을 대비하여 젊은 날의 감정과 세월이 지난 후의 감정을 대조합니다. 봄바람이 불 때는 감정이 살아있지만, 가을바람 속에서도 여전히 그 감정은 변하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비유적 표현을 통한 강조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에서 달은 시간이 흐르며 차고 기우는 존재이지만,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인연과 감정이 시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제주 (고등학생 애순)
천 만번 파도,
천 만번 바람에도
남아있는 돌 하나.
내 가심 바당에
삭지 않는 돌 하나.
엄마.
문학적 해석
제주의 거센 자연 속에서도 남아있는 돌은 변함없는 사랑과 인내를 상징합니다. 애순은 수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바람에도 변하지 않는 어머니의 존재를 제주 돌에 비유하며, 자신에게도 그런 강인한 마음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페셜 시
춘풍 (고등학생 관식)
바람은 왱왱왱,
마음은 잉잉잉.
문학적 해석
관식의 시는 애순의 시와는 달리 짧고 경쾌한 느낌을 줍니다. 단순하지만, 바람 소리와 마음의 흔들림을 의성어로 표현하며 직관적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애순의 시는 그녀가 성장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삶의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해녀 어머니의 노동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느꼈고, 성장하면서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감정을 돌과 바람에 비유하며 표현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속 애순의 시들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그녀의 삶과 감정을 담은 기록입니다. 바다와 바람, 그리고 제주 해녀들의 삶을 시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