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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애니리뷰

영화 승부, 그 이후 이야기 : 조훈현과 이창호가 바꾼 바둑의 역사

by 일상 마스터 2025. 3. 28.

영화 〈승부〉는 스승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의 대결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한국 바둑계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만들며, 1980~90년대 바둑사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실제 대결 이후, 한국 바둑계는 어떻게 변해갔을까요?
그리고 조훈현과 이창호는 이후 어떤 길을 걸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영화 이후의 실제 바둑 역사, 그리고 조훈현·이창호 이후 바둑계의 흐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992년 국수전 결승, 세대 교체의 신호탄

1992년 제33기 국수전 결승에서 이창호는 스승 조훈현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대국은 한국 바둑사에서 세대교체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이창호는 이 승리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조훈현의 제자’에서 ‘자신만의 시대를 연 기사’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이후 이창호는 조훈현과 수차례 공식 대국에서 맞붙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는 스승보다 강한 기사로 평가받았습니다.

 

이창호의 전성기: 한국 바둑의 세계 제패

이창호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외 주요 타이틀을 휩쓸며 ‘이창호 시대’를 열었습니다.

  • 1992년 세계바둑최강전 우승
  • 1996년 제1회 LG배 우승
  • 1997년 제2회 삼성화재배 우승
  • 2001년 제5회 LG배 우승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창호는 세계 대회 결승전에서 중국, 일본 최강자들과의 연전 연승을 이어가며 한국 바둑이 세계 바둑의 중심이 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습니다.

당시 그의 바둑은 안정성과 계산력, 실리 중심의 스타일로 ‘끝내기의 황제’, ‘무너지지 않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훈현의 은퇴와 정치 활동

조훈현은 2000년대 이후 현역 활동을 점차 줄이면서 2009년에는 명예 기사로 전환, 프로 무대에서 사실상 은퇴했습니다.
그 후 바둑 보급, 해설,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으며, 2016년에는 미래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정치계에도 진출했습니다.

조훈현은 이후 정치인으로서 체육 및 전통문화 분야의 정책 입안 활동에 참여했으며, 바둑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남아 있습니다.

 

이창호의 후반기: 안정된 성과와 변화의 흐름

이창호는 2000년대 중반까지도 국내외 기전에서 꾸준히 우승하며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기사로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는 이세돌, 박정환, 신진서 등 새로운 세대의 부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1인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 2003년 제7회 LG배 우승
  • 2005년 제9회 LG배 준우승
  • 2011년 제15회 LG배 결승에서 구리(중국)에게 패배

그는 2010년대 이후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안정된 활동을 이어가며 후배 양성, 한국 바둑계의 기반 확장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세돌, 박정환, 신진서로 이어진 계보

이창호 이후 바둑계는 꾸준히 세대가 교체되었습니다.

  • 이세돌: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로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을 주도
  • 박정환: 정교한 운영과 승부처 집중력으로 국제 기전에서 활약
  • 신진서: 현재 한국 바둑의 1인자로, 국내 랭킹 1위 유지 중

이들 모두는 이창호의 시대를 직접 보고 자란 기사들이며, 각자의 스타일로 한국 바둑의 연속성과 경쟁력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한·중·일 바둑의 균형 변화

조훈현 시절에는 일본이 바둑의 중심이었고, 이창호가 세계 무대에 오르면서부터는 한국이 중심이 되었으며,
현재는 중국이 세계 바둑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 한국은 이창호, 이세돌, 신진서를 중심으로 여전히 강세
  • 중국은 커제, 딩하오 등 신예 기사들의 성장으로 국제 기전 다수 석권
  • 일본은 전통 강호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이나 최근 젊은 기사들의 부상 주목

 

영화 〈승부〉는 조훈현과 이창호의 첫 공식 대결을 다루며 바둑이라는 세계의 극적인 순간을 조명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바둑사는 훨씬 더 길고 복잡한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 조훈현은 지도자이자 상징으로 자리했고
  • 이창호는 실질적인 세계 최강자로서 10년 넘는 시대를 주도했으며
  • 이후 세대는 그 바탕 위에서 세계 바둑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승부〉는 시작일 뿐, 그 이후는 한국 바둑의 세계 정복기라 할 수 있습니다.